아이들을 구하는 방법은 절망적이었다

2018년 7월, 태국 북부 탐루앙 동굴 안에서 이런 방법이 논의되기 시작했을 때 마취과 의사 리처드 해리스는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좁고 어두운 동굴 안에서 아이에게 마취제를 투여한 뒤, 의식이 없는 상태로 물속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병원 수술실에서도 마취는 끊임없이 호흡과 상태를 살펴야 하는 일인데, 이번에는 탁한 물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12명의 유소년 축구선수와 코치는 6월 23일 훈련을 마친 뒤 탐루앙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퇴로가 막혔습니다. 실종된 지 아흐레째인 7월 2일, 영국의 동굴 잠수 전문가 리처드 스탠턴과 존 볼랜선이 마침내 아이들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은 살아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였습니다. 발견된 곳에서 동굴 밖까지 가려면 물이 가득 찬 좁은 통로를 여러 차례 지나야 했습니다. 시야는 거의 없었고,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만한 구간도 있었습니다. 숙련된 동굴 잠수사에게조차 위험한 길이었습니다.
장마는 다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비가 더 내리면 수위가 올라 구조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동굴 안 산소 농도 역시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7월 6일에는 산소통을 운반하던 전 태국 해군 특수부대원 사만 쿠난이 잠수 도중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사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야 할 길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구조팀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아이들이 물속에서 공포에 빠지는 일이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좁은 통로에서 한 아이가 패닉에 빠져 몸부림치면 아이뿐 아니라 함께 이동하는 잠수사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습니다.
결국 믿기 힘든 방법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올라왔습니다.
아이들을 마취한 뒤 한 명씩 잠수사가 데리고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호주에서 온 마취과 의사이자 오랜 경력의 동굴 잠수사 리처드 해리스가 필요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동굴 잠수와 마취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를 동시에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해리스 자신도 처음에는 이 계획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직접 살펴본 뒤 다른 방법으로는 아이들을 모두 살려낼 가능성이 더 낮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7월 8일, 구조가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은 잠수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뒤 마취됐습니다. 잠수사들은 의식이 없는 아이들을 한 명씩 맡아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긴 이동 중 마취가 풀리지 않도록 다시 약을 투여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잠수사에게 맡겨진 것은 스스로 움직일 수도, 자신의 마스크를 고칠 수도 없는 아이였습니다.
물이 가득 찬 구간을 지나면 잠시 육지가 나타났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한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데 몇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날 네 명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음 날에도 구조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7월 10일, 마지막 아이와 코치까지 동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13명 모두 살아 있었습니다.
구조가 끝난 뒤 해리스에게는 또 다른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는 구조가 끝날 때까지 아이들 곁에 있었고, 마지막 아이가 동굴을 빠져나온 뒤에야 자신의 슬픔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훗날 해리스와 함께 구조에 참여한 크레이그 챌런은 이 일을 회고록으로 남겼습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영웅으로 부르는 시선보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일을 해냈다는 사실을 더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그 동굴에는 태국 해군 특수부대원과 의료진, 영국의 동굴 잠수사들, 호주 구조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전문가와 수많은 현지 자원봉사자가 함께 있었습니다.
구조가 끝난 뒤 해리스와 챌런이 발표한 짧은 성명에는 이런 말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코치가 자신들을 믿어준 것에 감사한다고.
동굴 안에서 아이들에게는 계획을 바꿀 선택지도, 잠수 기술도 없었습니다. 결국 자신을 데리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낯선 어른을 믿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7월 10일, 그 마지막 믿음까지 동굴 밖으로 무사히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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