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토네이도를 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 토네이도의 위력을 나타낼 때 쓰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후지타’입니다. 건물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나무와 자동차가 어떻게 날아갔는지를 살펴 폭풍의 강도를 추정하는 후지타 등급은 1970년대부터 토네이도를 설명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기준을 만든 후지타 데쓰야는 오랫동안 토네이도를 직접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미스터 토네이도’라고 부르던 학자가 정작 토네이도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시카고대학교 연구실에 있던 그는 근처에 뇌우가 생기면 건물 옥상으로 달려가 하늘을 바라보곤 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가 실제 토네이도를 처음 본 것은 1982년, 이미 세계적인 토네이도 연구자가 된 뒤였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토네이도를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폐허 속에서 찾아내는 사람이었습니다.
후지타가 이런 방식으로 자연을 읽기 시작한 계기는 뜻밖에도 전쟁이었습니다. 1945년 8월 9일, 미군 폭격기의 원래 목표 가운데 하나는 후지타가 살던 곳과 가까운 고쿠라였습니다. 그러나 구름 때문에 목표물을 확인하지 못한 폭격기는 나가사키로 향했고 원자폭탄을 투하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젊은 연구자였던 후지타는 나가사키의 피해 현장을 조사하게 됩니다. 그는 묘지에 꽂혀 있던 대나무와 물체에 남은 그을음의 방향을 살폈습니다. 폭발이 어디에서 일어났고 어느 높이에서 터졌는지를 피해 흔적을 거꾸로 따라가며 추정한 것입니다.
훗날 그는 같은 방식으로 토네이도를 바라봤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마을을 걷고, 부러진 나무와 무너진 집을 촬영했습니다. 이후에는 작은 세스나기를 타고 피해 지역 상공을 날았습니다. 지상에서는 흩어진 잔해에 불과했던 것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하나의 길처럼 이어졌습니다.
1965년부터 1991년까지 그가 조사한 토네이도와 강풍 피해 현장은 300곳이 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흔적도 발견했습니다. 어떤 집은 완전히 사라졌는데 바로 옆집은 남아 있었습니다. 들판에는 마치 거대한 물체가 끌려간 것처럼 굽은 자국이 이어졌습니다.
후지타는 하나의 토네이도 안에 더 작은 소용돌이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설명이었습니다.
1974년 4월, 미국과 캐나다에 대규모 토네이도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17시간 동안 확인된 토네이도만 148개였습니다. 후지타와 연구팀은 비행기로 1만 마일 넘게 이동하며 피해 지역을 조사했고, 수천 장의 사진과 레이더·위성 자료를 모았습니다.
그곳에서 후지타가 예상했던 흔적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촬영된 영상에도 하나의 거대한 토네이도 안에서 여러 개의 작은 소용돌이가 회전하는 모습이 잡혔습니다. 한 집은 무너지고 바로 옆집은 남아 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후지타는 토네이도의 피해 정도를 F0에서 F5까지 구분하는 체계를 만들었고, 그의 이름을 딴 ‘후지타 등급’은 미국 기상학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7년부터는 건축물의 구조와 피해 양상을 더 세밀하게 반영한 ‘개량 후지타 등급(EF Scale)’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가 남긴 연구는 비행기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975년 뉴욕 JFK공항에서 발생한 이스턴항공 66편 추락사고를 조사하던 후지타는 뇌우 아래에서 강한 하강기류가 지면을 때린 뒤 사방으로 퍼지는 현상에 주목했고, 이를 ‘마이크로버스트’라고 불렀습니다.
처음에는 이 설명 역시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관측과 연구가 이어지면서 마이크로버스트가 항공기에 얼마나 위험한지 확인됐고, 공항의 탐지 장비와 조종사 훈련도 달라지게 됩니다.
1998년 후지타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이름은 이미 수많은 기상 관측 자료와 교과서에 남아 있었습니다.
평생 폭풍을 연구한 그는 정작 폭풍 속으로 들어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폭풍이 지나간 뒤 그곳에 남은 것을 오래 바라본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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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 티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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