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동안 바다에 떠 있던 900명, 그 아래에는 상어가 돌고 있었다

1945년 8월 2일 오전, 필리핀해 상공을 날던 미 해군 조종사 윌버 그윈은 바다에 길게 번진 기름띠를 발견했습니다. 적 잠수함의 흔적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비행기를 낮췄습니다. 그런데 물 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였습니다. 사람들이었습니다. 수십 명이 작은 점처럼 떠서 두 팔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윈은 조금 더 날아갔습니다. 또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즉시 무전으로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들이 바다에 떨어진 지 이미 나흘째였습니다.
12분 만에 사라진 군함
사흘 전인 7월 30일 새벽, 미 해군 중순양함 USS 인디애나폴리스는 괌에서 필리핀 레이테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원자폭탄 부품을 티니안섬까지 운반하는 극비 임무를 마친 뒤였습니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일본 잠수함 I-58이 발사한 어뢰 두 발이 함정을 강타했습니다. 폭발과 함께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인디애나폴리스는 불과 12분 만에 바닷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현재 미 해군이 확인한 최종 승선 인원은 1,195명. 약 200~300명은 배와 함께 가라앉았고, 나머지 수백 명은 한밤중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구명정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작은 부유망에 매달렸고, 어떤 사람들은 구명조끼 하나에 의지했습니다. 수백 명은 서로 흩어지지 않기 위해 몸을 가까이 붙였습니다.
첫날부터 부상자들이 죽기 시작했습니다.
바다 아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날이 밝자 또 다른 공포가 시작됐습니다.
상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미 숨진 사람이나 심하게 다친 사람들을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접근했습니다. 생존자들은 혼자 떨어져 있으면 더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가능한 한 서로 가까이 모여 있었습니다.
생존자 로엘 딘 콕스는 훗날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상어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비명이 들렸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렇다고 당시 사망자 대부분이 상어 때문에 숨졌던 것은 아닙니다. 미 해군 기록은 탈수와 저체온증, 부상, 익사, 바닷물을 마신 뒤 생긴 환각과 혼란, 그리고 상어 공격이 복합적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설명합니다. 상어 공격으로 정확히 몇 명이 사망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추정치는 수십 명에서 150명 이상까지 크게 엇갈립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갈증이었다
낮에는 태양이 피부를 태웠고, 밤에는 체온이 떨어졌습니다. 주변은 온통 물인데 마실 물은 한 방울도 없었습니다.
견디지 못한 일부 병사들은 바닷물을 마셨습니다. 소금기가 가득한 물을 마실수록 갈증은 더 심해졌고, 심한 탈수와 환각이 찾아왔습니다. 동료를 적군으로 착각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섬이 보인다며 무리에서 헤엄쳐 나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의 숫자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구조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인디애나폴리스가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실종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육지에서는 배가 침몰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머리 위에서 비행기가 돌기 시작했다
8월 2일 오전, 우연히 그 바다를 지나던 그윈의 비행기가 생존자들을 발견했습니다.
몇 시간 뒤 PBY 카탈리나 비행정을 조종하던 에이드리언 마크스 중위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상공에서 생존자들에게 구명정과 물자를 떨어뜨리다가 물속에서 사람들이 상어의 공격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마크스는 결국 해상 착수 금지 명령을 어기고 거친 바다에 비행기를 내렸습니다. 헤엄칠 힘조차 남지 않은 사람들을 하나씩 끌어올렸습니다. 기체 내부에 자리가 부족해지자 일부 생존자는 날개 위에까지 묶었습니다. 비행정은 그날 다시 날아오르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살아남았습니다.
밤이 되자 마침내 구조함들의 탐조등이 수평선에 나타났습니다.
최종적으로 살아 돌아온 사람은 316명이었습니다.
나흘 동안 그들은 햇볕과 추위, 갈증과 공포, 그리고 바다 아래를 맴도는 상어를 견뎠습니다.
그래서 인디애나폴리스 생존자들에게 8월 2일의 비행기는 단순한 구조기의 모습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무도 자신들이 이 바다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했던 순간, 머리 위에서 비행기 한 대가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들을 향해 원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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