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의 다음 전쟁터는 유리 기판이다.
반도체는 더 작게 만드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어넣느냐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그 패키징의 핵심 소재가 지금까지는 실리콘과 유기 기판이었는데 이제 유리로 바뀌고 있다.
AI 칩이 커지면서 기존 원형 웨이퍼에 들어가는 칩 수가 급격히 줄었다. NVIDIA 최신 Rubin GPU는 웨이퍼 한 장에 7개밖에 안 들어간다.

유리는 사각형 패널 형태로 시작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면적이 없다. 열 팽창도 실리콘보다 낮아 고성능 칩에서 안정성이 높고, 신호 전달 손실도 줄어든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수십 년간 대형 유리 패널을 만들어온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현실적인 강점이다.
문제는 유리는 얇아질수록 미세균열이 생기고, 한번 균열이 시작되면 이후 공정에서 확대돼 기판 전체가 망가질수 있다는 점이다.
유리에 구멍을 뚫어 전기 신호를 통과시키는 공정이 특히 취약하다. 업계는 세 방향으로 이 문제를 풀고 있다. 사각형 패널의 뾰족한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 균열 시작점을 없애고, 폴리머 절연막을 입혀 균열 전파를 억제하고, 얇은 유리를 딱딱한 캐리어에 임시로 붙여 공정 중 파손을 막는 방식이다.
인텔이 2026년 1월 “균열 없음”을 달성한 샘플을 처음 공개했을 때 업계가 주목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TSMC가 6월 공개한 CoPoS는 이 방향을 가장 먼저 실제 양산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보여준 것이다. NVIDIA의 차세대 AI 칩 Feynman이 첫 번째 주요 채택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삼성전기, 삼성 디스플레이와 함께 2028년 유리 인터포저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은 이미 600개 이상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소재 기업들도 이 경쟁의 핵심에 있다. SKC의 자회사 Absolics는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 유리 기판 전용 양산 공장을 완공하고 AMD에 샘플을 공급하고 AWS를 포함한 고객사 검증을 진행 중이다.
SK그룹이 1조 1,7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고,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소재는 한국, 패키징 기술은 TSMC, 표준 특허는 인텔 — 유리 기판을 먼저 잡는 쪽이 AI 칩 공급망의 다음 판도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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