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쓰는 모든 전자기기는 실리콘 반도체 위에서 작동한다. 메모리는 정보를 저장하고, 프로세서는 연산을 처리한다.
역할이 철저히 분리돼 있고, 데이터는 이 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이 이동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비되고, 속도의 병목이 생기고, 열이 발생한다. AI 시대에 반도체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다.
인도과학원(IISc, 인도 방갈로르) Sreetosh Goswami 교수팀이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접근했다.

루테늄이라는 금속을 기반으로 한 분자 소자를 만들었는데, 이 소자 하나가 자극 방식에 따라 메모리, 논리 게이트, 아날로그 프로세서, 인공 시냅스 등 다섯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한다.
Goswami 교수는 “전자 소재에서 이 수준의 적응성을 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화학적 설계가 비유가 아닌 실제 작동 원리로서 연산을 만들어낸다”라고 강조했다. 

루테늄 분자 주변의 이온 환경과 분자 구조를 정밀하게 조정하면 전자가 이동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같은 소자가 디지털 스위칭처럼도, 아날로그 방식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리콘처럼 미리 역할을 고정하지 않아도 된다.
소자는 1마이크로미터에서 수십 나노미터까지 크기를 줄여도 성능이 유지됐고, 8비트 AI 추론에 충분한 정밀도를 보였다.
루테늄은 공급망 제약이 없으며, 연구팀은 철과 코발트 기반 대안 소재도 탐색 중이다.

IISc는 현재 이 기술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 중이다. 다만 분자 소자를 실제 반도체 공정에 통합하고, 대량 생산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은 아직 연구 초기 단계다.
실리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 연산의 특정 병목 구간을 분자 소자로 보완하는 방향이 현실적인 첫 단계로 보인다.
출처:
Advanced Materials, 2026년 4월 23일 온라인 공개 / ScienceDaily 2026년 1월 3일 보도
Economist 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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