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경제학 01 | 가난할수록 더 비싸게 살아야 하는 경제의 역설

같은 물건을 구입하더라도 누구는 더 싸게 사고, 누구는 더 비싸게 산다. 그런데 이러한 가격 차이가 소득 수준과 관련되어 있다면 어떨까?
대용량 생필품은 소량 제품보다 단위당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하면 비싼 줄 알면서도 작은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보험료 역시 일시불로 납부하면 할인받을 수 있지만, 목돈이 없는 사람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며 분할 납부하기도 한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와 공정소비 연구단체 Fair By Design이 2026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저소득 가구의 95%가 이러한 추가 비용을 경험했으며, 연평균 부담액은 380파운드에 달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빈곤 프리미엄(Poverty Premium)’이라고 부른다. 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필수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때 오히려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는 현상이다.
여기에는 ’유동성 제약(Liquidity Constraint)’이라는 경제원리가 작용한다. 장기적으로 더 유리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하면 그 선택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자금이 넉넉한 사람은 대량 구매 할인이나 유리한 금융조건을 활용해 미래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자금이 부족한 사람은 당장의 지출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상품과 시장에서 저소득층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 차이는 구매 방식과 금융 접근성, 시장의 경쟁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빈곤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시장에서는 소득 격차가 소비비용의 격차로 이어지고, 그 비용이 다시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제한한다.
같은 시장에서 거래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동일한 경제적 조건에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적어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그 비용 때문에 다시 소득과 자산을 늘리기 어려워지는 구조.
경제적 불평등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의 문제뿐 아니라, 같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해야 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X경제학 #미지수경제학 #빈곤프리미엄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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