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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의 효』는 기술 패권 시대에서 한국이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정책 교양서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표 필진으로 참여했고, 총 14인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각자 첨단산업 영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제목의 '선착(先着)'은 바둑에서 선수(先手)를 잡는 것이 주는 효용처럼, 기술 경쟁에서도 먼저 도달한 국가가 구조적으로 우위를 점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다.
1부는 김태유 교수가 집필한 내용으로, 한국이 기술 패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큰 방향성과 철학을 제시한다. 그는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경제적 현실을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 전략”으로 설명하며, 자유무역이라는 명분 아래 선진국이 후발국의 산업적 추격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 “더 빠르고 과감한 투자”로 기술 분야에서 선착하는 전략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책은 특히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모순과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선 정부의 전략적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언급하며, 자율 경쟁만으로는 미래 산업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본다. 산업 생태계 전반에 전략적 투입과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순한 경쟁 유도보다 큰 그림의 설계가 요구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중국이 반도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보조금 정책에 인색한 EU조차 최근 한시적 유예기간을 두고 보조금 지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2부는 실제 산업 사례로 이어진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에너지, 우주항공, 원자력 등 14개 산업 분야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현재의 산업 구조와 세계 시장 내 한국의 위치, 그리고 향후 10년간 필요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의 경우 단순한 생산 능력 확보를 넘어설 수 있는 ‘설계 역량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리스크 관리 전략이 제시된다.
이 책은 규제 문제에도 깊이 있게 접근한다. 대표적으로 ‘금산분리’ 제도를 비판하며, 실제 사례로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롯데카드를 매각해야 했던 사례를 제시한다. 이는 산업 자본과 금융 자본이 융합되어야 할 첨단산업 시대에, 오히려 산업 혁신을 저해하는 제도가 된다는 분석이다.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 설계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표현은 단순한 시장 자유화 논리를 넘어서, 제도적 정비를 통한 효율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서는 시민과 기업, 정부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한다. “기술 패권은 특정 기술이나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반의 문제이며, 결국은 합의된 전략과 집단적 실행이 핵심이다”라는 구절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압축한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아닌, 생태계 전체의 조율과 설계가 없이는 기술 주도권 확보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전체적으로 『선착의 효』는 기술, 산업, 국가 전략을 하나의 서사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단순히 각 분야의 정보와 통계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왜 지금 이 전략이 필요한가'를 납득할 수 있도록 맥락을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경제학적 개념이나 기술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구조적 문제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이 던지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한국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많은 위치에 있지 않으며, 기술 패권 시대는 속도와 실행의 싸움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방향은 '선제적 진입'이며, 이를 위한 과감한 결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는, 과장이 아니라 전략적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 책 정보
- 도서명: 『선착의 효』
- 지은이: 김태유 외 14인
- 출판사: 쌤앤파커스 (2024)
- 분야: 경제·기술·정책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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