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가장한 수다

독서 후기. 『혼모노』(성해나 지음, 창비, 2025년)

레오팝 2025. 6. 29. 15:49

『혼모노』(성해나 지음, 창비, 2025년)는 일곱 편의 단편을 통해 우리 안의 모호한 경계와 깊은 불안을 마주하게 하는 소설집입니다.

도서 혼모노


어떤 문장은 질문이 된다.
읽는 사람에게 설명을 요구하기보단, 스스로 답을 생각하게 만든다.
성해나의 『혼모노』는 그런 문장으로 빼곡한 책이다.

표제작 제목인 ‘혼모노(本物)’는 ‘진짜’를 뜻하는 일본어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진짜’는 실체보다 감정에 가까운 것, 혹은 결정의 순간에 드러나는 윤리감각이다.


무엇이 진짜고, 누구의 삶이 진짜이며, 그 진짜는 왜 때로 거짓보다 가볍게 여겨지는가.
성해나는 그 질문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단단한 구성과 냉정한 리듬으로 상황을 밀어붙인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가 되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을 조용히 보여준다.

『혼모노』는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속인의 탈신(脫神), 스타트업 창업자의 배신, 팬덤의 윤리 딜레마, 건축된 기억의 폭력, 그리고 태극기 집회를 바라보는 이방인의 시선까지.


모두 다른 세계를 그리지만, 중심엔 늘 경계에 선 인물들이 있다.
이들은 ‘진짜’로 남기 위해 무언가를 거절하고, 혹은 속고, 혹은 감추며 살아간다.

이 소설집의 가장 큰 미덕은 문장이 단단한데도 잘 읽힌다는 점이다.
정확한 어휘, 선명한 장면, 과장되지 않은 감정선.
모든 것이 영화적이지만, 문학으로서만 가능한 깊이를 가지고 있다.
읽는 동안 독자는 인물과 사건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불편함에 스며든다.

가장 인상적인 건, 작가의 서사 바깥 태도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작가는 독자에게 답을 내리거나 구원을 건네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무언가를 물어야만 하는 상태로 남겨두고 조용히 퇴장한다.
이런 태도야말로, 지금 한국 문학이 품어야 할 예의가 아닐까 싶다.

진짜는 늘 고요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 채 지나친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진짜는 끝까지 버티는 거짓에서 태어난다”고.

그 문장 하나면, 이 책을 읽을 이유로 충분하다.

 

 

[읽어볼까?]

 

혼모노 - 한국소설 | 쿠팡

쿠팡에서 혼모노 구매하고 더 많은 혜택을 받으세요! 지금 할인중인 다른 한국소설 제품도 바로 쿠팡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coupang.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반응형